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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남자들, 왜 자꾸 천장을 쳐다볼까? 360 카세트 디자이너 3인방과의 만남

2017-10-17

지난달 24일 서울 대륭강남타워(강남구 역삼동), 세 남자가 인터뷰 장소로 들어왔다. 그런데 좀 이상하다. 시선이 하나같이 ‘정면’이 아닌 ‘천장’을 향해 있다. 실내에 들어서자마자 본능적으로 천장부터 확인하는 이들, 대체 정체가 뭘까?

무릇 '이유 없는 디자인'이란 없다

이들 '천장바라기' 3인은 '삼성 360 카세트(이하 '360 카세트')' 디자이너들이다. 천장으로 자꾸 시선이 향하는 것도 시스템 에어컨의 주요 설치 장소가 천장이기 때문이다. 360 카세트는 기존 사각형(4way) 방식을 탈피, 세계 최초로 원형 디자인을 적용한 시스템 에어컨이다.

신영선 수석은 "기존 시스템 에어컨의 직선 바람은 경우에 따라 불쾌감을 유발할 수 있어 단점으로 꼽혀왔다"며 "360 카세트의 원형 디자인은 보기에 아름다우면서도 '쾌적한 냉방'이란 성능까지 놓치지 않으려는 노력의 산물"이라고 말했다.

360 카세트엔 사각형 시스템 에어컨에 있는 '블레이드(풍향 조절 날개)'가 없다. 신 수석은 "블레이드로 인한 풍량 손실은 25%에 이른다"며 "블레이드를 제거하고 부스터 팬으로 기류를 제어, 풍량 손실 방지와 조형미 둘 다 잡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왼쪽부터)김태한 사원, 신영선 수석, 박진선 선임

▲360 카세트 디자인을 담당한 삼성전자 생활가전사업부 디자인팀 에어컨파트 소속 3인. (왼쪽부터)김태한 사원, 신영선 수석, 박진선 선임

신영선 수석

▲신영선 수석은 “시장조사 과정에서 에어컨의 직선 바람(直風)에 대한 소비자 불만이 많은 점에 착안, 이를 해결할 수 있는 원형 디자인을 도입했다”고 말했다

보이지 않는 바람, 보이게 하려면?

김태한 사원에게 디자인 과정에서 가장 힘들었던 점을 묻자 조금도 주저하지 않고 '바람의 시각화'를 꼽았다. 그는 "바람이 360도로 고르게 나오고 있다는 걸 사용자가 볼 수 있게 하는 작업이 가장 힘들었다"며 "LED 램프와 원형 디자인으로 바람 방향을 보여주는 360 카세트 디스플레이<아래 사진 참조>는 비록 작아서 눈에 잘 띄지 않지만 오랜 시간 고민한 끝에 나온 결과물"이라고 말했다.

"360 카세트 신제품 발표회의 핵심도 바람을 시각적으로 보여주는 거였어요. 360도 어느 방향에서나 고른 냉방을 강조하기 위해 (가전 매장에서 에어컨 작동 상태를 보여주기 위해 다는) 술을 만들어 달기까지 했죠. 그 덕에 발표회를 성공적으로 마칠 수 있었습니다."

김태한 사원

▲360 카세트의 작동 원리를 설명하는 김태한 사원

360 카세트 LED 램프

▲360 카세트 개발진은 LED 램프를 활용한 원형 디스플레이<사진 위>로 바람 방향을 시각화하는 데 성공했다. 사용자는 크기가 서로 다른 3개 원 중 택일, 원하는 풍향을 선택할 수 있다. ‘자동’ 모드를 선택, 세 풍향이 번갈아 가며 작동되도록 할 수도 있다

디자인, 시연 과정 모두 '비범하게'

신영선 수석은 "시스템 에어컨의 주요 소비자인 건물주는 보수적 성향이 강하다"며 "(시스템 에어컨은) 기존 제품과 확연히 구분되는 차별화 전략이 없으면 시장에서 선택 받기 어렵다"고 말했다. 인테리어와 접목했을 때 더욱 매력적으로 보이는 디자인을 추구하기 위해 360 카세트 디자이너들은 "실제 디자인 과정에서 건축가와 인테리어 전문가에게 조언을 많이 얻었다"고 입을 모았다.

시스템 에어컨은 대부분 벽면에 설치된 상태에서 시연 과정을 거친다. 하지만 360 카세트는 디자인뿐 아니라 시연 과정마저 독특했다. 신 수석은 "천장과 조화를 이루는 디자인을 강조하기 위해 시연 과정에서 가상의 천장을 구현, 설치하는 수고를 감수했다"며 "각고의 노력 덕에 ‘실제로 보니 더 매력적’이란 호평을 이끌어낼 수 있었다"고 말했다.

신영선 수석은 “시스템 에어컨의 주요 소비자인 건물주는 보수적 성향이 강하다”며 “(시스템 에어컨은) 기존 제품과 확연히 구분되는 차별화 전략이 없으면 시장에서 선택 받기 어렵다”고 말했다.

"목 아파가며 작업한 건 난생처음"

웃지 못할 에피소드도 있었다. 박진선 선임은 "현장 조사를 위해 어느 곳을 가도 천장을 보며 다녀선지 나중엔 목이 아파올 정도였다"며 "디자인하기 전부터 시스템 에어컨 위치에 따라 사람들이 어떻게 앉는지, 인테리어에 따라 에어컨 배치가 어떻게 달라지는지 면밀히 조사했다"고 말했다.

공간과 어울리는 디자인을 추구하는 건 360 카세트 디자이너들의 최대 고민이었다. 제품이 출시된 후에도 기존 공간과의 조화를 고민했던 게 사실. 하지만 이런 고민을 한 번에 해결해준 일화가 있었다. 신영선 수석은 "360 카세트가 실제로 설치됐단 얘길 듣고 찾아갔는데 천장에 달린 360 카세트를 찾는 데 생각보다 오랜 시간이 걸렸다"며 "그제야 360 카세트 디자인에 대해 확신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미켈란젤로는 바티칸시국 시스티나성당 '천지창조' 벽화 작업에 참여한 4년간 끊임없이 목 통증에 시달렸다고 한다. 목이 아픈 것도 마다하지 않는 디자이너들의 노력이 깃든 덕분일까? 360 카세트는 출시되자마자 시장에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한 글로벌 브랜드는 360 카세트에 자사 로고를 새겨 브랜드 마케팅에 활용 중이기도 하다. 아티스트와의 협업도 계획하고 있는 등 360 카세트의 발전 가능성은 무궁무진해 보인다.

파격적 제품에 따르는 평가는 대부분 '찬사' 아니면 '혹평'이다. 중간은 없다. 하지만 기존 제품의 단점을 보완하고 소비자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에 대해 철저한 연구를 거친다면 호평은 따라오게 돼 있다. 시스템 에어컨 시장에서 새로운 길을 제시하고 있는 360 카세트가 그 '상식'을 시장에서 입증하고 있다.

박진선 선임

▲"제품 개발이 끝난 요즘도 실내에 들어서면 무심코 천장부터 살피곤 한다"는 박진선 선임

360 카세트 디자이너 3인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