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삼성 LED 스크린, '최후의 집중형 문화 공간' 극장을 도발하다 ('17. 07월 26일)

삼성전자가 시작한 'LED 스크린 혁명'은 장장 120년간 이어져온 이 같은 극장 문화의 판도를 바꿀 전망이다.

2017-10-26
사위가 어두운 공간. 빛이 방사형으로 퍼져나간다. “차르르… 차르르…“ 구형 영사기가 느릿느릿 돌아간다. 정면에 놓인 작은 화면에선 오래전 흑백 영화의 주인공들이 움직인다. 영사기 너머 검은 실루엣으로 한 노인과 한 소년이 보인다. 화면이 점점 줌인(zoom-in)하면서 초롱초롱 빛나는 소년의 눈빛을 비춘다. 영화에 대해 얘기해주는 노인의 목소리가 나지막이

1988년 개봉, 당시 크고 작은 영화상을 휩쓸었던 이탈리아 감독 주세페 토르나토레(Giuseppe Tornatore)의 명작 ‘시네마천국(Cinema Paradiso)’의 한 장면이다. 이 영화엔 ‘한 줄기 빛이 어둠을 뚫고 영사기 발광 렌즈에서 퍼져 나오는’ 장면이 유독 자주 등장한다. 토르나토레 감독은 스크린을 향한 영사기의 빛 속에 다양한 인간 정서를 담아냈다. 이 작품에서 영사기의 빛은 그저 단순한 빛이 아니다. 영화 전체를 관통하는 ‘대표 이미지’다.

2013년 국내 극장 재개봉 당시 ‘시네마천국’ 포스터

▲2013년 국내 극장 재개봉 당시 ‘시네마천국’ 포스터(사진 제공 : 그린나래미디어)

굳이 30년 전 영화를 들먹일 필요도 없다. 영사기가 뿜어내는 빛은 오늘날에도 굳건히 ‘영화관의 상징’처럼 여겨졌다. 관객석 뒤쪽 가장 높은 곳에 배치된 영사기, 거기서 거미줄처럼 뻗어나가 정면의 대형 화면을 가득 채워내는 빛. 그 위엔 하루에도 몇 번씩 꿈 같은 현실이 펼쳐진다. 그리고 사람들은 그 빛이 퍼져 이루는 길을 가로막을까 봐 허리 굽히고 숨 죽인 채 어둠 속을 더듬어 제 자리를 찾아간다.

다소 구식이고 불편해도 그게 (극장) 영화의 묘미였다. TV와 PC, 심지어 스마트폰으로 언제 어디서든 원하는 영화를 볼 수 있는 시대가 됐지만 영화관 사업이 사양길로 직행하지 않은 건 이처럼 ‘공간을 독점해 관객의 시선을 집중시키는 빛(이 주는 몰입감)’의 힘 덕분이었다.

과거 영화관에 사용되던 영사기
'120년간 변화 무(無)' 극장 문화에 내민 도전장

그런데 이런 풍속도가 조만간 사라지게 될지 모르겠다. 떠돌이 상영사가 소형 영사기를 메고 이 마을 저 마을 돌아다니며 1분가량의 동영상을 보여주던 1890년 즈음을 기준으로 약 120년이 흐른 오늘날, 영사 방식의 혁명이 시작되고 있기 때문이다. 극장은 영사기를 따로 배치해 스크린에 쏘지 않고도 영화를 상영하기 시작했다. 스크린을 LED 화면으로 구성, 화면 자체에서 빛이 나와 이미지를 형성하도록 해 멀리 떨어진 곳에 영사기를 따로 둘 필요 자체를 없앤 것이다.
변화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영사기나 빔 프로젝터로 빛을 스크린에 쏴 상(像)이 맺히게 하면 대형 화면에 초점을 맞추는 데 한계가 있어 선명한 화질과 생생한 색감을 표현하기 어렵다. 반면, LED 화면은 무수한 발광 다이오드가 스크린을 구성하고, 여기서 나오는 빛으로 이미지가 구성된다. 실물 이상으로 선명한 영상을 즐길 수 있는 비결이다.

상영관 실내도 굳이 어둡게 만들 필요가 없다. LED 화면은 (스크린 자체를 구성하는) 발광 소자가 뿜어내는 빛 덕에 기존 영화관 화면보다 밝기가 10배 이상 높기 때문이다. 일상적 밝기의 실내에서도 또렷이 잘 보이는 수준이다.

빛을 내는 방식의 혁명은 이 밖에도 여러 가지 변화를 예고한다. 일단 색 표현력이 정확하고 풍부해져 훨씬 더 실감나는 영상을 제공할 수 있다. 어둡지 않은 공간에서 또렷한 영상을 볼 수 있는 점도 두드러지는 변화 중 하나. 이 같은 특성은 ‘영사기 없이도 이미지를 자체적으로 구현해낸다’는 특성과 어우러지며 영화관이란 공간을 혁신적으로 바꿀 잠재력을 갖는다.

‘수퍼 S’ 영화관 공개 행사 당일 스케치

▲삼성전자는 지난 13일 롯데시네마 월드타워에서 삼성 시네마 LED 스크린 '수퍼S' 관 개관 행사를 개최했다

우선 상영관의 크기 제약이 사실상 사라진다. 가족이나 친지끼리 예약해 쓸 수 있는 소규모 상영관에서부터 스타디움 규모의 초대형 상영관에 이르기까지 LED 화면 크기에 따라 다양한 규모의 상영관 설계가 가능하다. 여기에 서라운드 사운드 시스템(surround sound system)까지 적절히 결합시키면 영화를 즐기면서 다양한 형태의 모임을 곁들이는 것도 쉬워진다.

영화관 이용 방식도 이전과 달라질 게 분명하다. 더 이상 한 줄로 정렬해 앉아 화면에 집중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말하자면 자유로운 탈집중화(decentralization) 방식이 구현될 수 있다. 친한 사람들끼리 전용 소형 상영관을 예약, 식사하거나 게임을 즐기며 영화를 볼 수 있는 건 물론이고 영화를 보며 가벼운 대화를 나누거나 토론하는 것도 문제 없다. 영화에 보다 집중하고 싶은 사람은 서라운드 사운드 존(zone) 내에 자리 잡으면 되고, 영화 상영 도중 가벼운 대화를 나누고 싶거나 특정 콘텐츠를 검색하고 싶은 사람은 거기서 잠시 벗어나 휴식을 취하면 된다.

이런 가정이 현실화된다면 어둠 속에서, 귓속말조차 허용하지 않을 정도로 ‘초집중’해야 했던 영화관이란 공간은 지금까지와 전혀 다른(그리고 대단히 다양한) 성격을 지닌 만남의 장소로 거듭날 수 있다. 자체적으로 빛 에너지를 방출하는 LED 화면의 잠재력은 이렇게나 무궁무진하다.

네마크(Cinemark) 극장에서 세계 최초로 극장 전용 LED 스크린 ‘삼성 시네마 스크린’ 공개
선명도와 색 재현력, 음향까지… 눈앞 현실인 듯!

극장 스크린을 LED 화면으로 구현하는 시장에서 삼성전자는 단연 선두를 달리고 있다. 지난 3월 27일(현지 시각) 미국 라스베이거스에 위치한 시네마크(Cinemark) 극장에서 세계 최초로 극장 전용 LED 스크린 ‘삼성 시네마 스크린’ 공개 시사회를 연 데 이어 지난 13일엔 롯데시네마 월드타워에서 역시 세계 최초로 시네마 LED 스크린 상영관 ‘수퍼S(SUPER S)’를 선보인 것.
수퍼S관의 스크린은 4K(4096x2160) 해상도를 구현하며 영화 상영에 최적화된 크기(가로 10.3m)를 갖추고 있다. 그 덕에 예를 들면 불꽃 터지는 모습을 보여줄 때에도 빛 줄기 하나하나가 섬세하게 표현돼 “영상을 보고 있다”고 느끼는 대신 “눈앞에 벌어지고 있는 상황을 직접 보고 있다”는 착각에 빠지게 된다. 주변이 환해도 선명하게 구현되는 이미지, 영화 감상에 최적화된 상태로 제공되는 화면 사양 등 앞서 살펴본 LED 화면의 장점도 고스란히 갖췄다.

‘현실처럼 보이는 이미지 구현’을 위해 선명도만큼이나 중요한 게 색 재현력이다. 대부분의 디스플레이 장치가 구현해내는 색감엔 어느 정도 왜곡이 존재한다. 인간의 시각이 포착해내는 현실 색감을 기계 장치로 재현해내려다 보니 어쩔 수 없이 발생하는 현상이다. 결국 화면 기술 차이는 이런 왜곡을 최소화하고 관객에게 얼마나 실감나는 색상 자극을 제공할 수 있느냐의 여부에 따라 갈린다. 이를 국제적 약속으로 명시한 게 디지털 시네마 표준 규격인 DCI(Digital Cinema Initiatives)[1]다. 삼성 시네마 LED 스크린은 영사기가 아닌 영화 장비로선 세계 최초로 DCI 인증을 획득, 100% 이상의 색 표현력을 공인 받았다. 따라서 삼성 시네마 LED 스크린 위에 구현되는 이미지는 기존 영사기 기반 이미지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정교하면서도 선명한 색감 세계를 보여준다.

[1]DCI는 시네마 스크린 보안 기준을 충족, 영화 업계의 주요 화두 중 하나인 보안 측면에서도 공신력을 인정 받고 있다

13일 롯데시네마 월드타워 행사 당시 마련된 영화 ‘카3: 새로운 도전’(이하 ‘카3’) 시사회 현장에선 극중 등장하는 자동차의 광택까지 생생하게 표현되는 등 몰입감이 상당했다. 관객이 화면 위 이미지를 ‘기술로 재현되는 가상 세계’가 아니라 ‘눈앞에 펼쳐지는 실재(實在) 세계’로 충분히 여길 수 있을 정도였다. 카3가 3D 애니메이션 작품인 점도 삼성 시네마 LED 스크린의 장점을 극대화해 보여주는 데 한몫했다. 실제로 극중 여러 차례 등장하는 컴퓨터 그래픽 속 사물의 질감은 실시간으로 손에 잡힐 듯 생생했다. 이런 시각적 경험은 (영사기와 달리) 화면 모서리 부분까지 명확한 색감을 구현해내는 LED 화면의 특성으로 한층 강화됐다.

영화에 생동감을 부여하는 또 하나의 장치는 음향이다. 관객 입장에서 좋은 음향이란 어떤 걸까? 가장 먼저 떠올릴 수 있는 요건은 ‘선명한 음질’이다. 볼륨이 크든 작든 음질이 선명해야 관객이 영화에 보다 몰입할 수 있기 때문. 소리가 자연스러우면서도 부드러워 관객 귀에 부정적 느낌을 주지 않는 것 역시 중요하다. 끝으로 관객이 상영관 내 어느 위치에 앉아있더라도 음향 만족도에 큰 차이가 없어야 한다. 수퍼S관의 사운드는 이 세 요건을 고루 충족시킨다. 특히 오랫동안 최적의 영화 사운드 구현을 연구해온 ‘극장 사운드 시스템의 선두주자’ 하만(Harman)과의 협력 덕에 음향 부문 만족도는 고루 높은 편이다.

롯데시네마 월드타워에서 역시 세계 최초로 시네마 LED 스크린 상영관 ‘수퍼S(SUPER S)’

▲수퍼S관에 탑재된 삼성 시네마 LED 스크린은 화면 크기와 해상도, 색 재현력 등 거의 모든 부문에서 실제 상황을 눈으로 지켜보는 듯한 몰입감을 제공한다

삼성 시네마 LED 스크린을 접한 인사들의 말·말·말

"영화관으로 들어간 삼성 LED, 이게 바로 파괴적 혁신(disruptive innovation)이다"
- 한국경제신문

"120여 년의 영화 역사에서 직접 광원을 적용한 시네마 스크린으로 영상을 보는 건 혁신적 변화였다"
- 양우석, 영화 ‘변호인’ 감독

"삼성 시네마 LED는 극장뿐 아니라 게임 행사, 이벤트 등에서 다양하게 활용될 것 같다. 영화 산업에도 영향을 미치겠지만 VD(Visual Display) 산업에 큰 패러다임 변화를 가져올 것이다"
- 김유정, 게임 유튜버

"이런 게 혁신… 디스플레이 산업 판도 바꿀 것"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시네마천국의 주인공인) 어린 살바토레 디 비타가 2017년 현실 인물이 돼 나타난다면, 그래서 요즘 흔한 시네마 콤플렉스를 방문한다면 어떤 반응을 보일까? 물론 깊은 인상을 받을 것이다. 하지만 막상 상영관 내부로 들어가선 다소 실망할지도 모른다. 분위기로만 치면 철부지 꼬마였던 30년 전, 자신의 고향 시실리 섬에서 들락거렸던 극장 ‘누오보 시네마 파라디조’와 별반 다를 게 없다고 여길 수 있기 때문이다.

‘기술과 문화의 상관관계’는 스페셜 리포트가 늘 관심 갖고 천착해온 주제 중 하나였다. 인간은 본질적으로 도구를 만들고 기술을 개발하는 존재다. 그 과정에서 탄생한 도구와 기술은 인간의 생활 방식, 심지어 사고(思考)까지 바꾸곤 했다. 또한 그런 흐름은 묘하게도 인간 삶에 전반적으로 흐르는 유행(trend)과 궤를 같이해왔다.

‘포스트모던(post modern)’으로 대표되는 21세기 문화 트렌드 중 하나로 적지 않은 문화 전문가가 탈집중화 현상을 꼽는다. 전통(특히 근대화 이전) 사회에선 기술이나 정보, 권력이 특수한 집단이나 계층에 집중되는 경향이 있었다. 하지만 근∙현대기를 거치며 이 모든 건 서서히 분산돼 다수가 일상적으로 누리는 방식으로 변모해왔다.

새로운 극장 패러다임의 등장

‘극장에서의 영화 관람’은, 그런 면에서 어쩌면 몇 남지 않은 초집중적 문화 소비 방식인지도 모른다. 불이 꺼지고 영화가 시작되면 상영관을 찾은 관객에게 다른 ‘옵션’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저 가만히 앉아 눈앞 화면에서 펼쳐지는 이미지 변화에만 집중해야 한다. 늦게 도착한 관객이 자기 좌석을 찾아가는 행동도 웬만해선 환영 받지 못한다. 객석의 여유가 있다면 뒷자리에 조용히 앉아 영화에 집중하는 수밖에 다른 도리가 없다.

삼성전자가 시작한 ‘LED 스크린 혁명’은 장장 120년간 이어져온 이 같은 극장 문화의 판도를 바꿀 전망이다. 마지막으로 남은 ‘집중형 문화 소비 방식’에 도전장을 내민 건지도 모르겠다. 이 대담한 도발의 끝은 어떤 풍경이 될까? 삼성 시네마 LED 스크린의 향후 행보가 주목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