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퓨전 한식 대가 임정식 셰프 "정답도 한계도 없는 요리, 내 유일한 길" ('16. 12월 02일)
지난달 7일 미식가 사이에서 '최고의 지침서'로 통하는 미쉐린 가이드(Michelin Guide) 서울 편이 발간됐다. 삼성 클럽드셰프 코리아 멤버 임정식 셰프가 운영하는 정식당도 당당히 그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지난달 22일, 서울 강남구 청담동에 위치한 정식당에서 임 셰프를 만났다.
매번 창의적 요리를 선보여 '퓨전 한식의 대가'란 별명을 갖고 있는 임정식 셰프는 군대에서 처음 요리를 배웠다. 26개월간의 복무 기간 중 10개월을 취사병으로 지냈는데 그때 처음 요리사가 자신의 천직이란 사실을 깨달았다. 전역 후 미국으로 건너가 CIA 요리학교에서 요리를 전문적으로 배운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셰프로서 지금껏 승승장구할 수 있었던 비결에 대해 그는 "기존 한식을 새롭게 변형한 콘셉트를 손님들이 좋아해주는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로 임정식 셰프는 전통 한식 조리에 쓰이는 재료를 획기적으로 재탄생시킨 일명 '뉴코리안(New Korean)' 장르를 만들어 주목 받았다. "한식의 세계화에 기여했다"는 평을 듣는 그의 뉴욕 정식당은 이미 미쉐린 '투 스타(two star)'를 받았다.
▲녹차무스로 채운 흑임자를 아이스크림과 함께 내는 정식당의 대표 디저트 '돌하르방'
▲신선한 채소로 속을 가득 채운 김치 김밥. 종이로 감싼 후 집게로 고정시킨 장식법이 독특하다
▲연어 스테이크. 임정식 셰프의 독창적 플레이팅이 더해져 마치 바다 안을 들여다 보는 듯한 느낌을 자아낸다
"한식이 누벨퀴진(nouvelle cuisine)[1]
으로 자리 잡는 건 시간 문제다. 그런 움직임의 선두엔 정식당이 있다." 미국 일간지 뉴욕타임스가 내놓은 정식당의 평가다. 아닌 게 아니라 △제주 돌하르방 모양을 형상화한 시그니처(signature) 디저트 '돌하르방' △신선한 채소로 속을 가득 채우고 종이로 감싼 후 집게로 고정시켜 '보는 즐거움'까지 더한 '김치 김밥' △육회·고추장아찌·백김치 등을 김에 얹어 고추장 소스와 치즈에 곁들여 먹는 '맛있는 구절판' 등 그가 선보이는 요리는 하나같이 '재료는 익숙하지만 맛은 독창적'이란 공통점을 지닌다.
임정식 셰프에게 음식은 단순히 '맛있는 것'이 아니다. 먹는 즐거움은 기본. 여기에 시청각적 즐거움을 더해 손님에게 최적의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늘 노력한다. 그는 "요즘 사람들은 먹는 즐거움을 위해 기꺼이 지갑을 연다"며 "음식 가격이 비싸다면 그에 걸맞은 서비스도 함께 제공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의 이 같은 철학은 정식당 곳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 대문 손잡이의 느낌, 계단의 촉감, 실내에 은은히 퍼지는 향, 쾌적한 공기…. 최근엔 고객이 에어컨이나 히터의 건조한 바람을 바로 느끼지 않도록 매장에 삼성 360카세트 에어컨을 설치했다.
[1] 프랑스어로 ‘새로운 요리’란 뜻. 신선한 고급 식자재를 활용, 재료 본연의 맛을 최대한 살린 요리. 음식의 자연스러운 풍미와 질감, 색조 등을 강조한 게 특징이다
▲정식당 1층에 자리 잡은 '정식바(bar)'. 손님들이 쾌적한 환경에서 편안하게 식사할 수 있도록 최근 매장에 360도 냉난방 시스템을 갖춘 삼성 360카세트 에어컨을 설치했다
20대 중반부터 한결같이 셰프로 살아온 그. 혹 다른 꿈을 꿔본 적은 없을까? "요리 일을 시작한 후부터 내내 하루하루가 정말 행복합니다. 요즘도 '오직 요리만이 내가 가야 할 길'이란 생각엔 변함이 없어요. 틈만 나면 자전거를 타고 철인3종 경기 대회에 참가하는 것도 '요리를 계속할 수 있는' 체력을 유지하기 위해서예요."
▲임정식 셰프는 자전거와 철인3종 경기 등을 통해 틈날 때마다 체력을 단련한다. "'한식의 진정한 세계화'란 목표를 이루려면 요리를 계속할 수 있는 체력부터 길러야 한다"는 생각 때문이다
임정식 셰프가 말하는 요리의 최대 매력은 "한계도 정답도 없다"는 것. 그는 "재료를 어떻게 조합하느냐에 따라 수많은 조합이 가능한 게 요리"라며 "그래서 그 가능성도 무궁무진하다"고 말했다.
그는 1년 전부터 클럽드셰프 코리아 멤버로 활동하고 있다. 임정식·임기학·강민구·이충후 등 국내 최정상급 셰프들로 구성된 클럽드셰프 코리아는 셰프가 지닌 전문 지식과 노하우를 가전제품에 접목, 신선하고 건강한 음식 문화 확산을 주도하기 위해 삼성전자가 운영 중인 프로그램이다. 임정식 셰프는 "전 세계를 무대로 다양한 영역에서 활동 중인 셰프들과 아이디어를 공유할 수 있어 흥미롭고 좋다"며 "내 레시피를 삼성 패밀리 허브 냉장고로 누구나 가정에서 편하게 볼 수 있다는 것 역시 영광스러운 일"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패밀리 허브 냉장고 사용자를 위해 클럽드셰프 코리아 멤버들이 직접 만든 레시피를 전면 디스플레이에서 볼 수 있도록 제공하고 있다.)
임 셰프는 자신이 음식점을 운영하고 있기도 하지만 맛집 탐방도 즐긴다. 그렇게 맛본 요리를 응용, 새로운 레시피를 탄생시키기도 한다. 요즘 그가 푹 빠져 있는 요리는 미역국이다. 기존 미역국을 응용, 최근 정식당 메뉴에 미역국을 포함시키기도 했다. 그는 "2주 전 대만에서 프로모션 형태로 미역국을 선보였는데 반응이 상당히 좋아 뿌듯했다"며 "앞으로도 한식의 저변을 넓히기 위해 기존 방식에 집착하지 않고 새로운 요리 개발에 매진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미 '톱 셰프'로서 많은 걸 이뤘지만 임정식 셰프의 도전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한식에 남다른 창의력을 부여, 독창적이면서도 대중적인 요리로 변모시키고 있는 그의 미래가 기대를 모으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