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리뷰

하만 청음실을 듣다

글. AV 평론가 황문규, 최원태 님

하만 청음실 전경 사진, JBL DD67000 스피커 오렌지 컬러 2대와 마크 레빈슨 앰프 No.536 2대가 설치되어 있다

디지털프라자 메가스토어 삼성대치점에 위치한 하만 청음실은 처음부터 치밀한 계획아래 설계된 곳이다. 기능상으로 다음과 같은 두 가지의 조건 만족을 전제로 했다.

하만 럭셔리를 대표하는 플래그십 모델을 전시할 것, 그리고 2채널 하이파이와 멀티채널 홈시네마를 동시에 데모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

이 두 가지의 조건을 만족시키면서도 퍼포먼스의 수준, 즉 하만 럭셔리 제품의 정확도와 퀄리티를 충분히 소화할 수 있도록 배려가 담겨 있다.

"결과적으로 정감 있고
담백한 공간으로 완성됐다."

시청실은 대략 가로 6m x 깊이 7m x 높이 3.6m로 약 4~5명 정도 감상 시 쾌적한 느낌을 주는 크기다. 오렌지 컬러로 무장된 JBL DD67000은 거구지만 균형감 있는 비례와 세련된 빈티지 감성으로 공간에 안정감을 주도하며 플래그십 모델로서 존재감을 드러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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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거대한 스피커를 울리기 위해 마련된 앰프는 마크레빈슨 No.536으로 스피커를 각각 울리기 위해 모노블럭형으로 분리된 파워 앰프를 사용했다. 덕분에 훨씬 넉넉하고 탄력적인 사운드를 얻었다.

이 전체 시스템을 콘트롤 하는 핵심 역할은 마크레빈슨 No.526 프리앰프가 맡았고, CD와 네트워크 플레이를 담당하는 디지털 소스로 마크레빈슨 No.519와 마크레빈슨 최초의 아날로그 턴테이블 No.515가 연결됐다.

이 청음실은 돌비 애트모스와 DTS:x 등 최신의 3D 이머시브 사운드 구현을 위해 돌비 社가 제시하는 규정을 준수한 설계대로 스피커를 배치하고 세팅했다.

사이드 서라운드 2개와 백서라운드 2개, 천장 서라운드 4개 등 총 8개 서라운드는 홈시네마와 극장을 넘나드는 강력한 스펙을 지닌 JBL 신서시스 SCL4 인월 (In-Wall) 스피커가 사용됐다.

청음실에 최적화된 돌비 애트모스 세팅과 아캄 프로세서의 음장 제어 프로그램 Dirac으로 정밀하게 제어된 멀티 채널 음향은 파워풀하고 감각적이며 놀라운 공간감으로 공간을 압도하는 홈시네마 사운드를 재현하고 있다.

하만 청음실 도면 이미지

"감상을 위한 최적의 위치는
뒷줄 소파 가운데가 명당이다"

"하만 럭셔리 오디오의 역량이 담긴
사운드 디자인이 돋보이는 공간!"

하만 청음실 내부 마크 레빈슨 앰프 사진

하이엔드 오디오의 역사를 이끌어 온 마크레빈슨의 최근 라인업을 모두 볼 수 있는 흔치 않는 곳이다. 최근 선보인 디지털 소스 No.519와 마크레빈슨 역사상 최초의 턴테이블 No.515는 하만 럭셔리의 현실과 미래를 반영한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마크레빈슨의 완성된 라인업이 JBL의 플래그십 DD67000과 매칭을 이뤘는데 다소 생경한 느낌도 들지만 막상 자리에 앉으면 단순히 몇 곡만 들어보고 일어날 수 없게 만드는 마력이 있는 조합이다.

하만 청음실에서 감상 중인 전문가 사진

넓직한 소노글래스 혼 사이에 위치한 베릴륨 소재 HF 드라이버는 실질적 청감상 중요 대역을 담당하는데 보컬과 악기의 질감이 유려하고 질감이 매력적이다. 베릴륨은 일반적으로 맑고 깨끗한, 티 하나 없이 청아한 느낌을 주는 소재임에도 이러한 묵직한 질감을 만들어내는 매력은 역시 잘 만들어진 혼 타입만이 가능한 영역임을 증명하고 있다.

전체적으로 깊고 그윽한 편인데 여성과 남성 보컬 가리지 않고 일정한 대역의 소노리티가 풍부히 표현되고, 정교한 발음과 공간을 장악하는 넓은 영역의 음장은 세련미가 넘친다.

"플래그십 모델이 갖춘 스펙이상으로서의
예술적인 감각을 칭찬하지 않을 수 없음이다"

사운드의 경향은 다양한 스펙트럼을 갖는 해상도 위주의 세팅은 아니다.

혼 타입의 중고역과 절제된 저역에서 나오는 온화한 질감의 표현력이 오랜 시간 음악을 듣게 만드는 흡입력이 있고, 바로크 음악이나 오페라 장르에서 재현되는 색채감은 감미롭다. 스케일은 크지만 부담 없으며 낮은 볼륨에서도 안정감 있는 사운드와 전대역에 걸쳐 입자감이 두텁게 느껴지는 재생 능력은 독보적이다.

재즈를 좋아한다면 더 이상의 선택이 없을 만큼 놀라운 조합이자 표현력이며, 가요나 팝, 클래식 등 장르 불문 펼쳐내는 사운드의 아우라는 꼭 한 번 경험할 만한 가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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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V 평론가

황문규

국내 최연소로 데뷔한 AV평론가로서, 데뷔 후 20여 년 동안 AV 전문지와 매거진에 1,500여 편의 평론을 기고해 왔다. HMG 홈시네마 디자인의 대표로서 하이엔드 Audio& Visual 컨설팅과 인스톨러로 활동하고 있다.

"청음실에 들어서니
오렌지색 피니쉬의 바디가 시선을 사로잡는다."

청음실 내부 사진

신선한 조합이다. JBL 에베레스트 스피커에 저런 색상을 사용했다니.
고전은 보통 권위를 나타낸다. 권위는 무게감을 주지만 대신 식상하기 쉽다.
DD67000은 고전과 권위를 품고 있는 제품이다.

Project Everest DD67000은 JBL의 플래그쉽 스피커 모델이다.
이 제품을 처음 접한 사람은 우선 그 커다란 체구에 놀라고, 두번째로 그 체구에서 흘러나오는 소리에 또 놀란다. 그리고 약간의 설명을 듣고 나면 왜 이 제품이 JBL의 역사를 상징하는 모델인지도 알게 된다.

지난 90여년간 JBL은 스피커의 역사를 주도해 온 오피니언 리더였다. JBL의 창립자 제임스 B. 랜싱은 1920년대부터 극장용 스피커를 만들기 시작했는데, 현대식 스피커의 구조적 근간 상당부분이 그에 의해 처음 고안이 되었다.

그의 사후 빌 토마스에 의해 재건된 JBL은 1954년 ‘하츠필드’(Hartsfield)라는 전설적인 명기를 발표한다. 3년 뒤, 스테레오 시대에 맞춰 JBL은 또 하나의 전설적 명기 ‘파라곤’(Paragon)을 발표한다. 파라곤은 당시의 최첨단 기술이 총 집합된 최고의 2채널 스피커였다. 만일 하이엔드 스피커의 계보를 만든다면 맨 첫번째 칸에 위치해야 할 제품이 바로 파라곤이다.

"파라곤은 오디오 매니아들에게
꿈의 기기로 불려왔다"

청음실에서 감상 중인 전문가 사진

처음부터 JBL이 Project Everest 시리즈를 기획한 의도가 바로 여기에 있다.
하츠필드와 파라곤의 전통을 잇는, 즉 빈티지 오디오와 현대식 기술을 접목한 형태의 특별한 플래그쉽 모델을 만들기로 결정한다. 그래서 탄생한 것이 바로 Project Everest 시리즈다.

1957년에 만들어진 ‘파라곤’의 오리지널 모델명은 DD44000이다. 30년 뒤인 1985년 발표된 Everest 시리즈 첫 모델의 명칭이 DD55000인 것도, 그리고 전통적인 혼(Horn) 로디드 방식 디자인을 그대로 쓴 이유도 모두 하츠필드와 파라곤의 전통을 잇겠다는 의도였다.

그리고 다시 20년 뒤 JBL은 DD66000을 발표한다. JBL 플래그쉽 모델의 넘버링은 44000(파라곤) > 55000 > 66000의 단위로 진행된다. DD65000과 DD67000은 DD66000에서 드라이버와 네트워크 요소 몇 가지를 재조정한 베리에이션 모델로, 결과적으로 현재 JBL에서 만날 수 있는 최상급 모델은 Everest DD67000이 된다.

청음실에 설치된 JBL DD67000 스피커 사진
JBL DD67000 스피커 2개 사진
DD67000

DD67000을 감상할 때는 그냥 들리는 대로 느끼고 그 속에 빠져 들면 된다. 그 것은 일종의 정취(情趣)이다.

JBL DD67000 스피커 2개 사진
DD67000

DD67000을 감상할 때는 그냥 들리는 대로 느끼고 그 속에 빠져 들면 된다. 그 것은 일종의 정취(情趣)이다.

DD67000은 3-웨이 4드라이브 방식의 스피커이다. 체구가 큰 것은 저역을 담당하는 15인치 우퍼를 두 개나 썼기 때문이다. 중고역은 4인치 베릴륨 압축 드라이버가, 초고역은 1인치 베릴륨 드라이버가 담당한다.

DD67000은 혼 타입 스피커로서는 거의 경계의 마지막에서 서 있지 않나 싶다. 혼 스피커 특유의 풍미(風味)는 넘치고도 남을 정도며, 하츠필드와 파라곤이 그랬듯 역시 재즈와 보컬 그리고 관현악 소품 등에서 발군의 솜씨를 보인다.

"그 중 MVP를 꼽으라면
마크 레빈슨의 3시리즈를 빼놓을 수가 없다."

하이엔드 오디오가 기술적으로, 또 시장규모 면에서 급성장하게 된 것은 90년대 초중반부터인데, 당시 흐름을 주도했던 대표적인 브랜드들은 마크 레빈슨, 크렐, 윌슨, B&W, 메리디언, 와디아, 틸, Dcs, 트랜스페어런트 같은 영미 제품들이었다.

90년대 중반 마크 레빈슨은 숫자 3으로 시작하는 일련의 제품들을 차례대로 발표한다. 레퍼런스 모델인 ML30(DAC), ML31(Transport), ML32(프리앰프), ML33H(파워앰프)이 발표되고, 이 모델들을 기반으로 수십 종의 다양한 하위 기종들이 발표되는데 거의 전 모델이 베스트셀러가 될 만큼 엄청난 인기를 모았다. 오늘날 마크 레빈슨이 하이엔드 오디오의 상징처럼 알려지게 된 것도 3시리즈의 전무후무한 성공 때문이었다.

마크 레빈슨의 새 제품은 항상 업계의 주목을 받는다. 모두가 3시리즈가 이룬 혁혁한 업적을 기억하기 때문이다. 4시리즈의 실패 이후 그래서 더욱 부담이 되었을 수도 있다.

좀처럼 등장할 것 같지 않던 5시리즈의 첫 테이프를 끊은 것은 2008년 말 등장한 파워앰프 ML53이었다. (그 전에 ML502라는 제품이 먼저 출시된 바 있지만, 이 제품은 순수 오디오가 아닌 AV 프로세서로 곧 단종 되었다.) Class E 방식의 혁신적인 기술을 사용한 ML53은 ‘역시 마크 레빈슨이다!’라는 극찬을 받았다.

마크레빈슨 NO.53 제품 사진
마크 레빈슨 프리앰프 No.523 제품 사진
마크 레빈슨 No.523 제품 사진
No.523

마크레빈슨의 최고의 찬사를 받았던 3시리즈부터 이어져 온 가장 하이엔드다운 소리를 내는 앰프이다.

마크 레빈슨 No.523 제품 사진
No.523

마크레빈슨의 최고의 찬사를 받았던 3시리즈부터 이어져 온 가장 하이엔드다운 소리를 내는 앰프이다.

ML523은 프리앰프이다. 프리앰프 파트에서 마크 레빈슨이 갖는 자존심은 특별하다.96년 발표된 ML32, 그리고 20년 뒤인 2014년 발표한 ML52는 모두 최고의 찬사를 받은 제품이었다. 이 두 제품은 모두 레퍼런스 모델로 본체와 파워서플라이가 분리된 형태이다.

마크 레빈슨은 ML52의 회로를 기반으로 파워부와 본체를 하나로 합친 두 개의 모델을 발표했는데, ML523과 ML526이 그 것이다. 두 모델은 회로의 구성이나 Class-A의 퓨어 포노 스테이지와 헤드폰 출력단을 사용한 점 등 아날로그 파트에서는 큰 차이가 없다. 단, ML526은 192kHz/32bit의 LPCM과 DSD까지 지원하는 32bit Precision Link DAC를 사용하고 있고, 또 입력단이 ML523보다 훨씬 많다는 점이 가장 큰 차이점이다. 고해상도 마스터 음원을 즐겨듣는 유저라면 ML526이 압도적으로 좋다.
그러나 아날로그 입력을 주로 사용하거나 별도의 하이엔드 DAC를 보유한 유저라면 ML523이나 ML526이나 음질적으로 큰 차이가 없다. 음색은 두 모델 모두 동일하다. 3시리즈 때부터 이어져 온 마크 레빈슨 프리 앰프 고유의 풍성한 음색과 소리의 끝을 부드럽고 여유있게 처리하는 모습이 매우 인상적이다.

마크 레빈슨 파워 앰프 No.536 제품 사진
마크 레빈슨 No.536 제품 사진
No.536

소리의 투명성과 넓은 사운드 스테이징 능력은 마크 레빈슨 파워 앰프가 가진 고유의 전통적인 강점이다.

마크 레빈슨 No.536 제품 사진
No.536

소리의 투명성과 넓은 사운드 스테이징 능력은 마크 레빈슨 파워 앰프가 가진 고유의 전통적인 강점이다.

ML536은 400W(8옴 기준) 모노럴 파워 앰프로, Class AB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90년대에 순 Class-A 방식 앰프의 전성시대를 이끌었던 마크 레빈슨이 5시리즈에 와서는 Class-A 방식 앰프를 가급적 배제하고 있다는 사실이 신기하다. 트렌드일 수도 있지만 그만큼 기술이 발전했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ML536에서 느낀 또 다른 강점은 이 앰프가 기대했던 것 이상으로 빠른 응답성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물려있는 스피커가 혼 로디드 방식이기 때문에 자칫 응답이 느릴 경우 공기 밀도 속에 디테일이 그대로 묻혀 버리기 십상인데, 놀라울 정도로 선명하고 또렷하게 속도를 따라간다.

마크레빈슨 플레이어 No.519 제품 정면 사진
마크레빈슨 No.519 제품 사진
No.519

유저 인터페이스의 편리함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Roon을 사용해 음원을 관리하고 재생하는 것도 가능하다.

마크레빈슨 No.519 제품 사진
No.519

유저 인터페이스의 편리함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Roon을 사용해 음원을 관리하고 재생하는 것도 가능하다.

ML519는 유/무선 스트리밍 기능과 USB, 블루투스를 통한 파일 음원 재생이 가능한 오디오 플레이어이다. 여기에 전통적인 CD 플레이어까지 내장했다. LP와 CD를 거쳐 이제 음원중심의 스트리밍 플레이어 시대로 접어든 지도 꽤 되었다. 마크 레빈슨도 관련 제품을 진즉 발표했어야 했는데 다소 늦은 감이 있다. 하지만 늦은 만큼 빠른 점도 있다. 최근 관심을 모으고 있는 MQA 코덱을 완벽하게 지원한다는 점이다.

MQA는 마스터 음원의 해상도를 비교적 그대로 유지하면서 용량을 크게 줄인 압축방식으로 MQA 음원이 많아지면 음원 서비스업체들도 마스터 음원을 공급하는데 부담이 없어진다. MQA를 지원하려면 DAC, 업샘플러, CD 트랜스포트 들이 모두 MQA 코덱을 지원해야 한다. ML519는 이들을 완벽히 지원한다.

마크레빈슨 턴테이블 No.525 사진
마크레빈슨 턴테이블 No.515 제품 사진
No.515

마크레빈슨의 디자인만으로도 아날로그 유저들에게 충분히 매력적인 턴테이블이다.

마크레빈슨 턴테이블 No.515 제품 사진
No.515

마크레빈슨의 디자인만으로도 아날로그 유저들에게 충분히 매력적인 턴테이블이다.

마크 레빈슨이 턴테이블을 발표했다는 사실 자체가 참 생경하다. 마크 레빈슨은 과거 LP가 중심 미디이로 사용되던 시절에도 턴테이블 제품을 만든 적이 없다. 그런데 새삼스럽게 지금와서라니. 그만큼 최근 오디오 시장에 불어 닥친 ‘아날로그 바람’이 뜨겁다는 반증이다.

마크 레빈슨의 브랜드로 발표된다면 그 턴테이블도 역시 정상급의 하이엔드 기종이어야 할텐데 마크 레빈슨은 턴테이블 제조경험이 없다.
마크 레빈슨의 해법은 간단하고 솔직하다. 턴테이블의 명가인 VPI에게 제품을 맡긴 것이다. 섀시와 플레터를 비롯한 대부분의 매커니즘을 VPI가 책임지었고, 마크 레빈슨은 외관 디자인과 신호전송 부분에만 참여를 했다.

VPI 로고가 붙어 있더라도 아날로그 팬들에게는 인기가 꽤 높을 이 제품이 하물며 마크 레빈슨 로고에 그 특유의 블랙 앤 레드 디자인을 갖추었으니 모습 그 자체만으로도 아날로그 유저들에게 인기 아이템이 될 소지가 있을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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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V 평론가

최원태

지난 25년간 오디오 및 AV 평론가로 활동해왔다. 특히 국내에서 최초로 AV 평론을 시작한 1세대 평론가로 90년대 중반부터 최근까지 국내 유수 전자업체들을 대상으로 화질과 음질에 대한 컨설턴트 및 강연 활동 등을 왕성히 해오고 있다.